
어린이집 하원길에 아이 팔뚝에 선명한 잇자국이 나 있는 걸 처음 발견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친구가 물었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그 작은 팔에 남은 자국을 보며 속이 상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알고 보니 우리 아이는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 유독 자주 물리는 쪽에 속했다.
왜 이 시기 아이들은 물까
물린 게 속상해서 찾아보니 이 시기 아이들이 무는 행동을 보이는 데는 흔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한 시기라 답답하거나 화가 나면 손보다 입으로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자기 주변 공간이나 물건을 지키려는 본능적 반응으로 무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장난감을 뺏기기 싫을 때 등)
- 신체 발달 특성상 또래보다 작고 약해 보이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자주 물리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무는 아이 입장에서 반응이 즉각적이고 확실해서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결국 물리는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처음 잇자국을 발견했던 날
그날 저녁 아이 팔을 붙잡고 상처를 요모조모 살펴보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화도 나고 왜 하필 우리 아이가 자주 물리는 건지 속상하기도 했다. 아이한테 "친구가 왜 물었어?" 하고 물어봐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놀다가"라는 말이 전부였다.
물렸을 때 이렇게 대처했어요
몇 번 겪으면서 나름대로 정리하게 된 대처 순서다.
- 상처 부위 확인하고 소독하기: 피부가 벗겨지거나 피가 났다면 흐르는 물로 씻고 소독약을 발라준다
- 멍이나 붓기 정도 관찰하기: 단순히 잇자국만 남았다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피부가 찢어졌거나 심하게 부었다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한다
- 어린이집 선생님께 상황 물어보기: 화를 내기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 아이 마음도 살펴주기: 상처보다 더 신경 쓴 건 아이가 놀랐거나 위축되지 않았는지였다. "많이 놀랐지, 아팠겠다" 하고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것에 집중했다
이런 경우엔 병원에 가보세요
대부분은 집에서 소독하는 정도로 넘어갔지만 아래 경우엔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 피부가 찢어지거나 피가 많이 났을 때
- 물린 부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붓거나 열감·발적이 심해질 때 (감염 가능성)
- 얼굴이나 눈 주변처럼 민감한 부위를 물렸을 때
다른 부모님과 갈등 없이 지나가려면
이 문제로 가장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상대 아이 부모님과의 관계였다. 감정적으로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몇 번의 경험 끝에 이렇게 접근하는 게 서로에게 덜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 먼저 선생님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기: 부모끼리 직접 언급하기보다 어린이집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는 게 감정적 충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 "이 시기 흔한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물론 속상하지만 이 나이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발달 과정이라는 걸 알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 반복되거나 심각해진다면 원장님과 진지하게 상담하기: 한두 번은 지켜볼 수 있지만 계속 반복된다면 어린이집 차원에서 관리 방법(자리 배치, 관찰 강화 등)을 논의해보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훌쩍 자라서 아이 몸집도 자라고 무는 시기 자체도 지나가면서 이런 일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때는 매일같이 팔이나 등에 자국이 생길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돌아보면 그것도 그 시기에만 겪는 흔한 성장통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물렸던 우리 아이도 물었던 그 또래 친구도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상처가 심하거나 감염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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