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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독박육아 후기, 나는 지금 독점육아 중이다

by 하윤엄니 2026. 8. 12.

평일엔 아이 깨기 전 출근, 잠든 후 퇴근. 우리 남편은 평일에 딸 얼굴을 못 본다. 새벽같이 출근길에 나서는 남편의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아이와 나 단둘만의 긴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밥 먹이고 재우는 모든 과정에서 아빠의 빈자리는 오롯이 나의 몫이었고 밤늦게 들려오는 도어록 소리만이 하루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남편은 늘 가족을 위해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밖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평일 육아, 아빠 얼굴 못 본 두 돌부터 초등 전까지

딸이 두 돌부터 초등 입학 전까지 평일엔 아빠 얼굴을 거의 못 봤다. 아이가 활동하는 낮 동안 남편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치열하게 일했다. 아침에 아이가 눈을 뜰 때면 아빠는 이미 출근한 뒤였고 밤늦게 퇴근해 들어왔을 때 아이는 이미 깊은 꿈나라에 빠져 있었다. 주말이 되어야만 비로소 온 가족이 얼굴을 맞댈 수 있었기에 아이의 기억 속 평일은 온통 엄마와 둘이서 놀이터를 거니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아빠의 따뜻한 손길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아이에게 '평일의 아빠는 바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고 혼자 옷을 입게 되는 성장 단계마다 남편은 현장에 있지 못했다. 주말에 겨우 아빠 손을 잡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로서 나는 안도감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짠한 안타까움을 늘 품고 살았다. 남편 역시 퇴근 후 아이의 자는 모습만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이와 다정하게 눈을 맞추지 못하는 현실을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18개월, 왜 이렇게 유독 힘들까

  • 자아는 폭발, 언어 표현은 아직 못 따라가는 시기
  • '자아 발달 1차 폭발기'라고도 부름
  • 보통 24~36개월부터 떼쓰기 빈도 감소, 지나가는 시기

18개월 힘든시기, 사람 피 말린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순간 중 18개월 지랄시기가 제일 힘들었다. '악마의 18개월'을 온몸으로 체감했던 시기였다. 자아는 폭발하는데 언어 발달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아이의 욕구 불만은 모조리 울음과 떼쓰기로 분출되었다. 말이 느려서 고민했던 시기였기에 더욱 답답했다. 원하는 것을 단어로 말하지 못하니 그저 온몸을 뒤틀며 소리를 질렀고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해 매 순간 진땀을 빼야 했다.

 

하루 종일 징징, 떼쓰기는 절정이었고 정말 사람 피를 말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이는 작은 자극에도 자지러지게 울었고 거실 매트 위에서 온갖 장난감을 내던졌다. 혼자 아이를 감당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내 정신과 체력은 마이너스로 치달았고 귓가에는 온종일 아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스트레스가 차오르면 밤마다 술 곁들인 야식을 먹으며 억눌린 감정을 달랬다. 아이를 겨우 재워놓고 깜깜한 거실에 혼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것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무력감에 무작정 집도 나가보고 남편이랑 엄청 싸움도 했다. 지쳐 들어온 남편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며 "당신이 집에서 아이 떼쓰는 걸 직접 겪어봤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잠든 밤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동네 놀이터로 나가 혼자 찬 바람을 맞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거운 중압감과 끝없는 육아 터널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하는 것 같은 우울감에 사로잡혔던 시기였다.

혼자 버텨야 할 때, 이런 도움도 받을 수 있어요

  • 아이돌봄서비스(정부 지원 시간제 돌봄)
  • 육아종합지원센터 일시보육
  • 배우자 재택/반차 구체적으로 요청하기

남편 쉬는 날 홀가분하게 집 나가기(자유부인)

밝은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엄마의 모습
남편 쉬는 날, 홀가분하게 나와 혼자 카페에서 만끽했던 단비 같은 자유시간

그러다 주말이나 남편 쉬는 날 애 맡기고 홀가분하게 혼자 집을 나가기도 했다. 나만의 '자유부인' 시간이 오면 비로소 살 것 같았다. 평일 내내 혼자 독박육아를 해온 나를 위해 남편도 쉬는 날만큼은 군말 없이 육아를 전담해 주겠다고 나섰다. 가방 하나만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한 번에 풀어버린 것처럼 온몸이 가벼워지고 해방감이 밀려왔다.

 

집 근처 카페를 주로 혼자 가곤 했는데 조용하고 방해받을 일 없어서 너무 행복했다. 장난감 소리나 아이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아닌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고 내 시간이 없었기에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음미하는 그 단 몇 시간의 평화가 그 어떤 명품보다 달콤했다. 이 짧은 휴식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다정함을 회복했다.

이제는 독박육아가 아니고 독점육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결 손이 덜 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내 마음에 커다란 관점의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독박육아가 아니고 독점육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과 보내는 시간들이 행복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짚어보니 내가 혼자 아이를 감당하느라 힘들었던 만큼 아이의 가장 빛나는 모든 순간을 곁에서 독점했던 것 또한 바로 나였다.

 

나만 딸 크는 모습들을 눈으로 다 담고 그러지 못한 남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고 불쌍하기까지 했다.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떼며 배시시 웃던 순간, 처음으로 "엄마" 하고 부르던 순간,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율동을 하던 그 가슴 뭉클한 장면들을 나는 로열석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반면 생계를 위해 밖에서 땀 흘려 일하느라 정작 딸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만 접해야 했던 남편의 삶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예쁜 시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남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평일에 아빠의 부재가 길었던 탓에 아이와 아빠의 관계가 어색하진 않지만 아빠와 뭘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진 않는듯하다. 주말마다 남편이 다정하게 놀아주려 애쓰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영역이다. 아빠를 사랑하지만 고민을 털어놓거나 심심할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대상은 언제나 엄마인 나였다.

 

아이의 모든 첫 순간과 찬란한 성장 궤적을 온전히 내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부모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특권이었다. 비록 몸은 고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간들이 버거울 때도 많았지만 딸아이가 자라나는 눈부신 순간들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함께했기에 나는 지금 이것을 '독박육아'가 아닌 세상에서 가장 값진 '독점육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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