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살 때 청주에 있는 친정에 가려면 KTX로 강릉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다시 청주까지 한 번 갈아타야 했다. 어른 혼자면 그냥 환승역에서 커피 한 잔 사서 여유롭게 기다리면 될 일인데 아기를 데리고 하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동이 됐다. 짐 가방, 아기띠 혹은 유모차, 간식 가방까지 바리바리 챙겨 들고 낯선 기차역을 이동하는 건 매번 진이 다 빠지는 미션이었다.
환승 시간, 절대 빠듯하게 잡으면 안 되는 이유
처음 몇 번은 환승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잡았다가 정말 고생했다. 앱에서 보이는 환승 시간이 10분 남짓이면 어른 혼자는 충분하지만 아기 짐을 다 챙겨서 이동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아이를 안거나 유모차를 밀며 플랫폼을 겁나게 뛰어다녀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서 겨우 탄 열차 안에서 진정하느라 한참 걸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는 환승 시간을 최소 20~30분 이상 여유 있게 잡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시간이 조금 남으면 오히려 환승역에서 아이 기저귀도 갈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깐 걸으며 에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어서 다음 구간 이동이 훨씬 수월했다.
낮잠 시간이 겹치면 그야말로 행운
이동 시간을 짤 때 은근히 신경 썼던 게 아이 낮잠 시간이었다. 운 좋게 출발 시간이 낮잠 타이밍이랑 겹치면 기차에 타자마자 스르륵 잠들어서 한 구간을 통째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반대로 낮잠 시간을 살짝 비껴가면 그 구간은 꼼짝없이 아이를 달래며 버텨야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예매할 때부터 아이 낮잠 스케줄을 고려해서 시간대를 골랐다.
간식과 영상, 죄책감 없이 총동원했다

장거리 이동에서 내가 챙긴 필수템은 간식과 헤드셋이었다. 출발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꼭 넉넉히 챙겼고 유아용 헤드셋을 씌워서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평소엔 미디어 노출 시간을 신경 쓰는 편이었지만 좁은 기차 안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기준을 잠깐 내려놓았다. 다른 승객들에게 방해가 안 되게 하는 게 우선이었고 그 방법이 나와 아이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었다.
아기 동반 KTX 이동, 챙기면 좋은 것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리하게 된 준비물과 팁이다.
- 유아용 헤드셋: 볼륨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지 않도록 제한된 제품을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서 오래 사용하니 청각 보호 차원에서도 신경 쓰였다
- 간식은 소리 안 나고 흘리지 않는 것 위주로: 부스럭거리는 봉지 과자보다는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다른 승객들에게도 우리에게도 편했다
- 여벌 옷과 물티슈는 가방 맨 위에: 이동 중 갑자기 흘리거나 토하는 상황에 대비해 바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두었다
- 좌석은 가능하면 진행 방향 확인하고 예매: 아이가 창밖을 보는 걸 좋아해서 창가 자리를 선호했는데 예매 시 좌석 배치도를 확인하고 미리 골랐다
- 짐은 최소화, 캐리어보다 백팩 위주로: 아이를 안거나 손을 잡아야 할 때 캐리어를 끌면서는 손이 모자랐다. 짐은 최대한 백팩에 몰아서 양손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환승할 때 코레일 앱 미리 확인하기
환승역에서 헤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출발 전에 코레일 앱으로 플랫폼 번호와 환승 동선을 미리 확인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큰 역일수록 플랫폼 간 이동 거리가 상당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훨씬 생겼다.
그때는 매번 진땀을 빼며 이동했지만 돌아보면 아이도 그 시간 나름대로 적응해갔던 것 같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아이도 기차 타는 것 자체에 점점 익숙해졌고 나중엔 오히려 기차를 타는 걸 좋아하게 됐다. 아기와의 장거리 이동은 완벽하게 준비해도 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이제는 "오늘도 무사히 도착하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임하게 됐다.
이동 중 미디어 노출에 죄책감 느끼셨다면, 온 가족이 아팠을 때 비슷한 마음으로 기준을 내려놨던 이야기도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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