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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독박육아 번아웃 후기, 파트타임 알바가 나를 살렸다.

by 하윤엄니 2026. 8. 7.

2시간마다 깨서 체온 재고 약 먹이고 밤새 혼자 병간호. 불을 다 끈 컴컴한 방 안에서 들리는 아기의 거친 숨소리와 열감에 조마조마해하며 혹시나 열이 더 올라 경련이라도 일으킬까 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지독한 밤이었다. 퀭한 눈으로 체온계 숫자만 확인하며 밤을 지새우다 보면 날이 밝아오는 게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절망과 피로로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아픔을 보살피는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솔직한 감정은 솔직히 지칠 대로 지쳐 부서지기 직전의 피폐함 그 자체였다.

 

독박육아 병간호, 2시간마다 깨는 밤

2시간마다 깨서 체온 재고 약 먹이고 밤새 혼자 병간호하는 날들이 길어지면 엄마의 체력과 정신력은 순식간에 밑바닥을 드러낸다. 해열제를 먹여도 내려가지 않는 불덩이 같은 아이의 몸을 해열 시트로 닦아주고 혹시나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 올까 봐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침대 곁을 지키다 보면 온몸의 마디마디가 쑤셔왔다. 밤새 잠 한 웅큼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맞이하는 아침은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무겁게 눌러왔다.

 

아침에 눈을 뜨며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아이의 컨디션과 체온이었다. 오늘 열이 내리고 컨디션이 올라와서 나으면 어린이집이라도 보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집에서 독박육아가 다시 시작된다는 현실이 나를 짓눌렀다. 아이가 아프니 당연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하루 종일 안아주고 달래며 집안일을 해내야 하는 그 막막함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병간호와 육아가 끝없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한 끼 폭식, 운동도 씻지도 못한 날들

아이의 병간호와 끝없는 독박육아에 갇혀 지내다 보니 내 삶과 자신을 돌볼 여유 따위는 사치 중의 사치였다. 꾸준히 하려고 마음먹었던 운동도 안 하고 아이가 남긴 밥을 대충 때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겠답시고 밤마다 야식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폭식하는 날이 늘어갔다. 내 몸 하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거울 속의 부스스하고 초췌한 내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내 안의 정신은 한없이 피폐해져만 갔다.

 

그러다 문득 바깥세상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발전해 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씁쓸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남편은 저렇게 사회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똥 기저귀 갈고 병간호나 하면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허무함과 자괴감이 불쑥 찾아왔다. 세상 모두가 앞으로 달려가는데 나만 집이라는 작은 섬에 갇혀 퇴보하고 있는 것 같은 그 지독한 비교와 외로움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주 2시간 반 알바, 돈까지 준다고!!

파트타임 알바나 나만의 자유시간을 즐기며 여유를 찾는 모습
주 2시간 반, 나만의 숨구멍이 되어준 소소하고 소중한 일터

그러다 이 답답한 굴레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큰맘 먹고 소소한 파트타임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 2시간 반, 일주일에 2~4일 정도 잠깐 나가서 일하는 가벼운 파트타임 일자리였다. 그런데 이 작은 변화가 내 삶에 가져다준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집에서는 아무리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봐도 그 누구도 나의 수고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알바를 하러 나가니 내가 한 일에 대해 "일 정말 잘하시네요!", "덕분에 너무 수월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타인의 담백한 인정 한마디가 가슴 밑바닥까지 차올라 있던 우울감을 씻어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움직이는 만큼 온전히 눈에 보이는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주었다. 집안일처럼 해도 티도 안 나고 다시 어지러워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손을 대면 깔끔하게 정리되고 성과가 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기쁨이 컸다. 게다가 내 시간과 노동을 투자했다고 돈까지 준다고!! 하는 표면적인 보상까지 따라오니 기쁨은 두 배였다. 한 달에 약 40~50만 원 정도 되는 소소한 금액이었지만 내 힘으로 벌어 적어도 가계살림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고 나를 위해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는 게 참 큰 위안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아이에게 억매이지 않는 시간, 육아가 쾌적해졌다

알바를 나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엄마라는 무거운 옷을 잠시 벗어두고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이에게 억매이지 않는 순수한 나만의 짧은 자유 시간이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생각과 노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마치 가슴에 막혀있던 답답한 꽉 막힌 응어리가 뻥 뚫리는 듯한 상쾌함을 가져다주었다.

 

나만의 시간이 생기니 육아를 쾌적한 정신상태로 임할 수 있었다. 매일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으며 지쳐서 아이의 작은 떼나 투정에도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내던 내가 나만의 충전 시간을 갖고 돌아오니 아이를 한층 더 넓은 마음으로 끌어안아 줄 수 있게 되었다. 잠시 떨어져 있었던 만큼 아이가 더욱 사랑스럽고 대견하게 보였고 육아에 지쳐 사나워졌던 내 마음의 결도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엄마가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겨야 아이에게도 비로소 진짜 따뜻한 온기와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을 그 소소한 알바 시간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만의 시간이 생기니 육아를 쾌적한 정신상태로 임할 수 있었다. 이전처럼 2시간마다 깨서 아이 체온을 재고 하루 종일 집에 갇혀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와도 이제는 나를 지탱해 줄 나만의 작은 숨구멍이 있기에 예전처럼 무너지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엄마로서의 삶과 나 자신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며 나는 오늘도 훨씬 더 건강하고 매일 웃을 수 있는 편안한 엄마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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