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40도까지 올랐다. 기침이나 콧물 같은 그 어떤 감기 증상도 전혀 없이 깨끗한 상태였는데, 체온계 화면에는 거짓말처럼 40도라는 빨간 숫자가 쿡 찍혔다. 멀쩡하게 잘 놀던 아이의 몸이 순식간에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내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지고 심장이 가슴 밑바닥까지 툭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파서 몸에서 이런 지독한 열이 나는 건지 알 수 없어 두려움과 공포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초보 엄마로서 겪는 첫 고열의 공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독하고 괴로웠다.
돌치레 시작, 40도 고열인데 이유가 없었다

아무 증상 없이 열만 났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아니었고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나 목이 부어서 꼴깍 소리를 내며 침을 삼키기 힘들어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오직 아이의 전신에서 펄펄 끓는 열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선명하게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부랴부랴 아이를 들쳐업고 휴일에 진료를 하는 동네 소아과 병원을 차례로 찾아가 피검사와 각종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해보았지만 의사 선생님조차 선뜻 명확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셨다.
검사 결과 피검사 상 염증 수치가 애매하게 나와서 혹시 신장이나 방광 쪽에 문제가 생긴 요로감염인가 싶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계속되는데 염증 수치마저 모호하다 보니 단순히 지나가는 바이러스성 열인지 아니면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한 요로감염인지 판단하기가 너무나 까다롭고 애가 탔다. 차라리 콧물이나 목 부음처럼 명확한 감기 증상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몸만 불덩이가 되어가는 아이를 지켜보며 내 가슴은 검게 타들어만 갔다. 뚜렷한 병명도 없이 체온계 숫자만 치솟으니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아 소변 패치, 2~3번 시도한 이유
요로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끗한 소변 검체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변기에 소변을 가릴 수 없는 어린 아기에게서 오염 없이 소변을 받아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혹독한 과정이었다. 특히 여아라 소변 패치 붙이는 게 어려웠다. 신체 구조상 패치를 비닐 접착면 위치에 맞추어 딱 밀착시켜 붙이기가 쉽지 않았고, 아이가 조금만 몸을 비틀거나 움직여도 접착부 사이로 틈이 벌어져 소변이 밖으로 다 새어버리기 일쑤였다.
결국 소변 패치 수집을 2~3번이나 연속해서 시도해야만 했다. 겨우겨우 붙여놓으면 패치 옆으로 소변이 몽땅 새어나와 아까운 소변을 받아내지 못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실패할 때마다 아이의 민감하고 약한 피부에 붙어있던 테이프 접착면을 다시 떼어내고 새 패치를 붙여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 피부가 자극을 받아 빨갛게 부어오르고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열이 40도까지 올라 기운 없이 쳐진 아이를 달래가며 소변 패치와 씨름하는 그 몇 시간 동안 나 역시 식은땀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엄마가 미숙해서 아이를 더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부루펜·타이레놀 번갈아도 4일, 열경련이 무서웠다
원인을 찾기 위해 씨름하는 와중에도 열은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해열 효과가 서로 다른 부루펜계열과 타이레놀계열 해열제를 교차로 교대시간을 엄수해 번갈아 먹여도 열이 잘 안 떨어졌다. 약을 먹이고 2시간이 지나 체온을 재보면 겨우 39.2도. 조금 지나면 다시 40도를 돌파해 버리는 피 말리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밤새 아이 이마와 몸통에 미지근한 물수건을 대어주고 연신 닦아주면서도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가 고열로 인해 아이에게 열경련이라도 올까 봐 진짜 너무나 무서웠다. 눈을 감으면 환각처럼 체온계 경보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며칠 밤을 꼴딱 지새웠다.
확실한 이유 없이 열이 계속 나서 내내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를 붙잡고 해열제만 들이붓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피 말리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지옥 같던 고열이 내릴 때까지 무려 4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4일 차가 되던 날 아침, 거짓말처럼 체온계의 숫자가 37도대로 안정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아이의 배와 등, 얼굴 주변으로 빨간 반점 같은 열꽃이 오돌토돌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4일차에 열꽃 보고 '드디어 끝났구나' 했다. 빨갛게 피어난 열꽃을 확인하는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리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명확한 이유 없이 온몸을 태울 듯이 괴롭히던 그 지독했던 고열의 정체가 바로 말로만 듣던 '돌치레(돌발진)'였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소변 패치로 고생하고 열경련의 공포 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아이도 나도 한 꺼풀 단단해진 기분이었고 이 지옥 같은 4일을 견뎌내고 무사히 건강을 회복해 준 아이에게 그저 고맙고 대견한 마음뿐이었다. 이번 돌치레를 계기로 엄마로서 한층 더 자라고 의연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입덧이 이런 거였어? 드라마랑 달랐던 입덧 후기 (0) | 2026.08.09 |
|---|---|
| 자연분만 3시간의 지독한 진통, 갓 태어난 아기와의 첫 만남 기록 (0) | 2026.08.09 |
| 아기 첫 유치 빠지는 시기와 보관법, 장난치다 톡 빠진 치과 검진 후기 (0) | 2026.08.08 |
| 독박육아 번아웃 후기, 파트타임 알바가 나를 살렸다. (0) | 2026.08.07 |
| 쪽쪽이 떼기, 13개월 실패하고 19개월에 5일만에 성공한 방법 (0) | 202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