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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샤워기 무서워하는 아이, 전화놀이로 일주일 만에 해결

by 하윤엄니 2026. 8. 4.

욕조 물 버리는데 아이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평소처럼 목욕을 다 마치고 욕조 물을 빼려고 하수구 마개를 여는 순간, 아이가 눈이 동그래지며 겁에 질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까지는 아이가 단순히 목욕 시간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 칭얼거리거나 물놀이를 더 하고 싶어서 투정을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물이 하수구로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가면서 나는 '콰과곽!' 하는 소리에 맞춰 아이의 몸이 굳어지고, 나를 향해 미친 듯이 팔을 뻗으며 울부짖는 표정을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아이에게는 이 하수구 물 빠지는 소리와 진동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겉보기엔 그저 고집을 피우는 것처럼 보였던 행동 뒤에 숨겨진 진짜 원인을 눈으로 확인한 그날, 나는 아이의 작은 반응 하나도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아기 씻기기, 욕조 2개로 돌까지

욕조 안에서 오리 장난감을 가지고 목용하는 귀여운 아기 일러스트
아이가 욕조에서 오리 인형과 물놀이를 즐기던 목욕 시간

아이를 씻길 때 나는 신생아 시절에 쓰던 방식을 거의 돌 무렵까지 유지하며 지내왔다. 아기 전용 작은 욕조 두 개를 화장실 바닥에 나란히 놓아두고 씻기는 형태였다. 하나는 비누칠을 하고 몸의 때를 닦아내는 씻기는 용도였고, 바로 옆에 둔 다른 하나는 따뜻하고 깨끗한 온수를 미리 받아두고 거품을 헹궈내는 헹굼용 욕조였다. 신생아 때부터 이렇게 해왔던 터라 나에게는 이 방식이 가장 손에 익어 편했고, 아이 역시 좁고 아늑한 욕조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 굳이 방식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가 자라면서 몸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니 그 방식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돌 가까이 되자 아이의 기다란 다리가 욕조 밖으로 삐져나올 지경이었고, 좁은 공간에서 쪼그리고 앉아 씻겨야 하니 내 허리와 무릎은 매일 작살이 나는 듯 아팠다. 무엇보다 매번 욕조 두 개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씻긴 뒤, 그 묵직한 무게의 물을 화장실 바닥에 쏟아버리고 정리하는 일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노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허리가 나가는 것을 감수해가며 아이의 욕조 목욕을 계속 유지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아이의 샤워기 거부 반응 때문이었다.

 

물소리가 원인인 걸 하수구소리로 알았다

목욕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욕조 물을 버릴 때, 배수구로 물이 거세게 빨려 들어가며 나는 소리에 아이가 펄쩍 뛰며 겁에 질려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진짜 원인을 알았다. 그전까지는 아이가 샤워기만 틀면 자지러지게 울길래, 피부에 닿는 수압이나 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싫어서 샤워기를 거부하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샤워 헤드를 물줄기가 보드랍게 나오는 타입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수압을 최대한 약하게 조절해서 아이 몸에 살살 대주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알고 보니 아이가 무서워했던 건 피부에 닿는 촉감이 아니라, 물이 쏟아지거나 배수구로 빠져나가면서 나는 그 특유의 웅장하고 거친 '물소리' 자체였다.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 욕조 바닥의 하수구 구멍으로 소용돌이치며 물이 빨려 들어가는 울림이 어린아이의 귀에는 거대한 괴물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 원인을 하수구 앞에서 아이의 공포에 질린 눈빛을 통해 비로소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원인이 수압이 아닌 '소리'와 '물에 대한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제 아이를 샤워기에 어떻게 접근시켜야 할지 비로소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샤워기 적응, 직접 만든 4단계 방법

아이의 물소리 공포증을 극복시키기 위해 나는 곰곰히 아이를 생각해보며 직접 4단계 적응 훈련법을 만들었다. 첫 번째 단계는 물을 틀지 않은 꺼진 샤워기를 아이 눈에 잘 띄는 장난감 옆이나 욕조 가까이에 그냥 무심하게 놓아두는 것이었다. 샤워기라는 물건 자체에 친숙해지도록 눈도장을 찍게 했다. 두 번째 단계는 욕조에 물을 조금 받아두고, 그 물속에 샤워 헤드를 푹 담근 채로 물을 틀었다. 이렇게 하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거친 물소리가 물속에 묻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소리에 놀라지 않고 물이 울렁이는 움직임만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세 번째 단계는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샤워기 전화놀이'였다. 물이 나오지 않는 샤워 헤드를 내 귀에 대고 "여보세요? 거기 누구신가요?" 하며 장난을 치고, 아이 귀에도 대주며 깔깔거리며 놀게 해주었다. 아이는 이 전화놀이 시간을 정말 아주 재밌어했고, 무서운 대상이었던 샤워기를 친근한 놀잇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아이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압을 아주 미세하게 약하게 틀어 보여준 뒤, 아이가 스스로 손을 뻗어 물줄기를 건드려보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내가 세운 절대적인 철칙은 아이가 조금이라도 거부하거나 표정이 어두워지면 그 즉시 그 단계에서 중단하고 절대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한 단계씩 천천히 나아갔다. 놀랍게도 이 4단계를 차근차근 거치자, 아이는 단 일주일 만에 샤워기 밑에서 깔깔 웃으며 신나게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어디서 본 게 아니고 내가 엄마라 내 아이를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이의 작은 눈빛과 소리에 대한 미세한 반응을 끝까지 관찰하고 맞춰줄 수 있었고 매일이 전쟁이었던 목욕 시간이 이제는 아이와 내가 가장 즐겁게 웃는 행복한 시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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