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너무 딱딱하고 커서 아이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내보내질 못하길래 손으로 항문 주변을 눌러서 직접 응가를 뺀 게 두 번이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변비가 올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내 아이가 변을 보면서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자지러지게 우는 걸 보니 손이 덜덜 떨렸다. 끙끙거리며 배에 힘은 주는데 나오지는 않고, 항문 쪽에 딱 걸려서 울부짖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결국 참다못해 내가 직접 손을 대서 변을 빼내어 주어야 했을 정도로 중기 이유식으로 가는 과정이 변비로 인해 험난했다.
6개월 아기 변비, 이틀째 응가를 못 쌌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6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평소에는 매일 시원하게 하루에 한번씩 응가를 하던 아이였는데, 이틀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유식 양이 적어서 응가가 모이는 데 시간이 좀 걸리나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이틀째 되던 날 저녁부터 아이의 상태가 평소와 확연히 달라졌다.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해질 정도로 온몸에 힘을 주는데도 응가는 나오지 않고, 답답하고 아픈지 계속 칭얼거리며 울어댔다.
마침 영유아검진 1차가 예약되어 있어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 아이 상태를 말씀드렸다. 배를 진찰해 보시더니 전형적인 이유식으로 인한 변비라고 하시며 물약을 처방해 주셨다. 솔직히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벌써부터 약을 먹이는 게 내키지 않았고, 약에 의존하게 될까 봐 지레 겁이 나서 처음에는 처방받은 약을 먹이지 않고 어떻게든 음식이나 마사지로 버텨보려고 했다. 하지만 밤새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응가를 싸고 싶어서 괴로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고집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처방받은 변비 약을 먹였고, 약을 먹이고 나서야 가까스로 첫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유산균·고구마·양배추, 다 해봤는데 효과 없음
약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 매번 약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변비에 좋다는 온갖 민간요법과 식단 관리에 돌입했다. 변비 완화에 필수라는 유명한 유산균으로 바꿔서 먹여보고 섬유질이 풍부해서 변비에 특효라는 고구마와 양배추를 듬뿍 넣어서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이의 변비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유산균을 바꿔도, 고구마 이유식을 며칠 내내 먹여도 아이의 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변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치즈나 기타 유제품은 싹 끊어버리고 장에 맞지 않나 싶어 분유까지 다른 제품으로 갈아탔다. 분유를 바꾸니 그나마 변이 조금 묽어지는 듯해서 ' 이제 좀 살았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변이 여전히 너무 딱딱하고 덩어리가 크게 뭉쳐서 나와 아이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내보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응가가 항문에 걸려서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아이는 울다가 진이빠져 지쳐버렸다.
결국 내가 직접 손으로 아이 항문 주변을 조심스럽게 눌러가며 딱딱하게 굳은 응가를 밖으로 빼내 주어야 했다. 그걸 두 번이나 반복하는데 정말 피가 말라붙는 것 같았다. 다행히 그때 친정엄마랑 같이 아이를 키우고 있을 때라 내가 멘붕이 와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옆에서 아이 몸을 잡아주고 항문을 눌러 응가를 빼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큰 의지가 되었다. 혼자였다면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같이 울기만 했을 텐데 친정엄마 덕분에 그 끔찍했던 순간들을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가장 효과 본 건 사과, 3일째부터 달라졌다

유산균도, 고구마도, 분유 교체도 다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도한 것이 바로 '사과'였다. 사과를 익히거나 퓨레로 만들지 않고 껍질을 깎아 순수하게 믹서기가 아닌 옛날식 강판에 곱게 갈아서 아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믹서기로 갈면 즙만 나오고 섬유질이 파괴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손으로 직접 강판에 슥슥 갈아 사과 알갱이가 살짝 느껴지는 즙과 찌꺼기를 함께 떠먹였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사과를 강판을 갈아 먹이기 시작한 지 딱 3일째 되는 날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딱딱하고 단단했던 아이 변 상태가 촉촉하고 부드럽게 달라진 것이다! 아이가 더 이상 얼굴이 붉어지도록 힘을 주며 울지 않고, 끙 소리 한 번에 부드러운 바나나모양 응가를 퐁당 싸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갖 좋다는 유산균과 식이섬유 이유식을 다 거치고 나서야 마침내 우리 아이 변비를 뚫어줄 단 하나의 구원투수를 찾은 순간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굳이 변비를 유발하거나 아이 장에 부담을 주는 이유식 끼니 수를 억지로 늘리지 않고 좀 줄일 생각이다. 대신 아이 장을 시원하게 뚫어준 1등 공신인 '갈은 사과'를 간식으로 매일 잊지 않고 꼭 챙겨줄 것이다. 유산균이나 고구마보다 훨씬 직빵이었던 이 갈은 사과 하나만 있다면 앞으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이유식 변비의 두려움도 깔끔하게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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