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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기 배냇머리 밀면 숱 많아진다고? 옛날 육아의 상극 후기

by 하윤엄니 2026. 8. 6.

듣기 싫어서 그냥 밀어줬는데 미신이었음. 어르신들이 아기 머리숱 적다고 볼 때마다 한마디씩 보태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 차라리 입을 닫게 만들자는 심정으로 배냇머리를 싹 밀어버렸다. 어릴 때 머리를 한번 삭발하듯 바짝 밀어줘야 나중에 모근이 힘을 받고 숱이 빽빽하게 자란다는 친정엄마의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 반, 혹시나 하는 기대감 반으로 집에서 머리를 밀어줬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순 미신에 불과했고 그저 잔소리를 피해보려 했던 내 선택은 소중한 아이 머리카락만 어설프게 만져놓은 허무하고 억울한 결과로 돌아왔다.

아기 머리숱, 밀면 많아진다는 말 믿었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또래들에 비해 머리숱이 조금 적다 싶긴 했다. 모자나 핀을 해주지 않으면 휑해 보이는 두상 때문에 나 역시 은근히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그런데 집안 어르신들이나 친정엄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머리숱이 너무 없어서 어쩌냐, 돌 전에 삭발을 싹 해줘야 나중에 숯검둥이처럼 빽빽하고 굵게 난다"라며 날마다 노래를 부르셨다. 처음에는 요즘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냐며 넘겼지만 만날 때마다 똑같은 소리를 들으니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결국 듣기 싫어서 그냥 밀어줬는데 미신이었다. 나중에 답답한 마음에 육아 정보나 의학 전문 자료를 찾아보니 모낭의 개수는 이미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서 겉에 난 머리카락을 깎아낸다고 해서 숱이 늘어나거나 굵어지는 건 절대 아니라고 했다. 단지 머리카락 끝의 가늘어진 부분이 잘려 나가고 잘린 단면의 굵은 부분이 먼저 보이니까 착시 현상으로 많아 보이는 것뿐이었다. 어르신들의 잔소리를 잠재우려고 시도했던 배냇머리 미기는 결국 아무런 이득도 없이 아이의 소중한 머리카락만 날려버린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화장실에서 바리캉으로 배냇머리를 밀고 있는 아기 모습
어르신들 잔소리에 결국 배냇머리를 밀던 날

1미리 남기고 밀었는데 빡빡이 아니래

머리를 밀기로 마음먹고 집 화장실에서 바리캉 소리에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며 혹시라도 두피가 상할까봐 1미리 바짝 남기고 싹 밀어주었다. 동글동글 밤톨처럼 변한 아이 두상을 보며 '이 정도면 어르신들도 더 이상 숱 얘기는 안 하시겠지, 이제 잔소리 끝이다' 하고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런데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싹 밀어놓은 아이를 보며 친정엄마가 던진 첫마디는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1미리 남기고 밀었는데 친정에선 빡빡이 아니래서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완전히 살이 보이게 0미리로 삭발을 하지 않고 잔털처럼 1미리를 남겨놨다고 이건 제대로 민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바짝 밀어야 모근이 자극을 받아서 굵게 나오는데 이렇게 어설프게 남겨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또다시 훈수를 두시는데 정말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기 두피가 얼마나 약하고 민감한데 살이 다 드러나게 0미리로 밀라는 건지, 힘들게 밀어줬더니 어설프게 남겨놨다고 빡빡이가 아니라는 논리에 황당함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24도인데 춥다고 몰래 보일러 켜기

어르신들의 육아 훈수는 비단 머리숱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심각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실내 온도 문제였다. 아기들은 기초체온이 높고 열이 많아서 방 온도를 조금만 높여도 바로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기 때문에 나는 아이가 자는 방의 온도를 항상 24도로 쾌적하고 서늘하게 맞춰두고 유지하려고 온 신경을 썼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방에 오실 때마다 "애 손발이 차다, 방이 서늘해서 감기 걸린다"라며 안절부절못해하셨다.

 

결국 내가 잠시 방을 비우거나 딴청을 피우는 사이, 내가 24도로 맞춰놓은 보일러 온도를 몰래 26도, 27도까지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불까지 덮어 주셨다. 따뜻해지는 방 안에서 자고 일어난 아이의 얼굴과 목 뒤는 아니나 다를까 빨갛게 태열이 조금씩 올라와 있었다. 온도를 조금 올리자마라 아이 피부에 태열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들의 옛날 방식 육아가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어르신들이 경험담이라며 알려주셨던 수많은 육아 팁 중에 정작 요즘 육아에 맞거나 효과가 있었던 건 진짜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숱 많아진다는 배냇머리 밀기도, 춥다고 온도를 높여야 한다는 옛날 방식도 결국 아이 피부만 망치고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만 더해줄 뿐이었다. 이제는 어른들의 육아 잔소리에 일일이 흔들리거나 눈치 보지 않고 내 소신껏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육아 방식을 단단하게 지켜나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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