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마다 이사를 다니다 보니 어른인 나도 매번 낯선 동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싶다. 겨우 친해진 어린이집 친구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떠나야 했던 적도 있고 새로운 동네 새로운 어린이집 문 앞에서 또 처음부터 낯가림을 시작해야 했던 아이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컸다.
이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생각보다 크다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찾아보니 이사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이 어른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고 한다.
-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집, 어린이집, 놀이터, 친구)은 안정감의 큰 축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게 한꺼번에 바뀌면 어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큰 변화로 다가온다고 한다
- 나이가 어릴수록 "왜 이사를 가야 하는지"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익숙한 것들이 사라졌다는 상실감만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짧은 기간 안에 이사를 반복하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아이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차피 또 헤어질 텐데" 하는 학습된 패턴)
겨우 친해진 친구와의 이별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친구 문제였다. 어린이집에서 겨우 마음 맞는 친구를 만들어 매일 그 친구 얘기만 하던 시기에 이사 소식을 전해야 했던 적이 있다. 아이는 "그럼 이제 안 만나?" 하고 물었고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며칠 동안 그 친구 이름을 계속 말하며 서운해하던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새 어린이집 앞에서 또 낯가림
새로운 동네에 도착해서 새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던 날, 아이는 예전에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만큼이나 심하게 낯을 가렸다. 이미 어린이집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였는데도 낯선 선생님과 낯선 친구들 앞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이사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편하게 지내고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적응을 도왔던 방법들
몇 번의 이사를 겪으며 나름대로 효과를 봤던 방법들을 정리해본다.
- 이사 전에 미리 이야기해주기: 갑자기 통보하기보다 며칠 전부터 "우리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갈 거야, 새 어린이집도 갈 거야" 하고 미리 여러 번 말해주며 마음의 준비 시간을 줬다
- 익숙한 물건은 그대로 유지하기: 이불, 애착 인형, 자주 쓰던 그릇 같은 건 새집에서도 똑같이 써서 환경은 바뀌어도 익숙한 감각은 유지되게 했다
- 이전 친구와 연락 이어가기: 영상통화로 가끔이라도 이전 친구와 인사를 나누게 해주니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는 데 도움이 됐다
- 새 어린이집 적응 기간을 여유 있게 잡기: 이사 직후 바로 다른 일정을 몰아넣기보다 새 어린이집 적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다른 스케줄은 최소화했다
-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괜찮아, 금방 적응할 거야"보다 "친구랑 헤어져서 많이 속상하지" 하고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것에 신경 썼다
지금은 오히려 적응력이 늘었다

여러 번의 이사를 겪으면서 아이는 처음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처음 이사 때는 새 어린이집 적응에 한 달 가까이 걸렸다면 최근엔 1~2주 만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도 나름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온 게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잦은 이사가 아이에게 미안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 또 다른 형태의 성장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에 또 이사를 가게 된다면 지금까지 배운 방법들을 활용해서 조금 더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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