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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파병 13개월 육아 후기, 5분부터 시작한 남편 적응 연습

by 하윤엄니 2026. 8. 10.

남편 돌아왔을 때 딸은 낯설음에 눈물을 터트렸다. 영상통화 내내 했어도 실물을 마주하니 안 가고 울었다. 13개월 동안 뭐가 있었냐면 아빠의 부재라는 커다란 공백 속에서 나와 어린 딸아이가 홀로 견뎌내야 했던 지독하게 길고 외로웠던 시간들이 존재했다. 멀리 타국으로 파병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며 어린아이를 홀로 돌보는 일은 매 순간이 내 한계를 시험하는 벅찬 도전이었다. 매일같이 화면 너머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지만 정작 눈앞에 진짜 아빠가 나타났을 때 아이가 보인 낯섦과 거부감은 그동안 우리가 감내해 온 시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주는 듯했다.

 

파병 13개월, 영상통화 내내 했어도

13개월이라는 긴 파병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휴대폰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여주고 아빠라는 존재를 잊지 않게 해주려고 수없이 노력했건만 막상 현실에서 마주한 덩치 큰 진짜 아빠는 어린 딸아이에게 그저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아빠가 반가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팔을 벌려 안아주려 하자 아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내 치맛자락을 꼭 쥐어잡고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그 모습을 보며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그동안 가정을 위해 타국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남편의 쓸쓸한 뒷모습과 아이의 거부감 사이에서 내 마음도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토록 힘들었던 13개월의 파병 독박육아 기간 동안 나를 가장 가슴 깊이 울렸던 것은 친정엄마의 따뜻하고 묵직한 한마디였다. 엄마가 손녀도 중요하지만 내 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모두가 귀여운 손녀의 재롱과 성장에만 온 마음을 빼앗겨 있을 때, 오직 친정엄마만큼은 홀로 아이를 키우며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지쳐가는 내 짚빛 얼굴과 핼쑥해진 몰골을 먼저 살폈던 것이다. "손주 예쁜 건 둘째치고 내 딸 몸 상하고 마음 문드러지는 게 나는 제일 속상하다"라며 손을 꼭 잡아주던 엄마의 온기 앞에서 나는 괜히 울 것 같아서 장난식으로 받아쳤다. "에이, 엄마는 무슨 그런 신파극 같은 소리를 해~ 나 멀쩡해!" 하고 웃어넘겼지만 돌아서서 흘린 눈물은 그동안 쌓인 피로와 서러움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13개월 만에 집 왔는데, 한 달은 안 떨어졌다

13개월에 집 돌아와서 한 달은 나한테 안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아빠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아이는 혹시라도 엄마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 봐 극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문을 열어놓아야 했고 집 안에서 짧은 걸음을 옮길 때조차 내 다리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남편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오거나 말을 걸면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비명을 질렀기에 남편은 집 안에서도 죄인처럼 멀찍이 떨어져 아이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긴 파병을 마치고 마침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아이의 마음이 열리기까지는 또 다른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우리는 아이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아빠라는 존재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단단한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5분부터 시작해서 10분, 30분 늘리는 식으로 남편이랑 적응 연습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아이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거실 구석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재밌게 놀아주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러다 아이가 호기심을 보이면 내가 옆에 꼭 붙어앉은 상태에서 남편과 5분 동안 함께 놀게 했고 그 시간이 익숙해지면 10분, 그다음 날은 30분으로 차츰 시간을 늘려나갔다. 5분, 10분, 30분 늘려가는 연습 한 달 하고서야 남편이랑 둘이 있을 수 있게 됐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끈기 있게 기다려준 남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아이가 아빠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파병 후 1년 육아휴직, 지금은 쾌적한 삶

육아휴직 중인 아빠가 딸아이와 함께 웃으며 즐겁게 놀아주고 있는 모습
육아휴직 동안 쌓아올린 다정한 아빠와 딸의 애착 관계

그렇게 지독했던 적응기를 거친 후, 남편은 13개월 동안 비워두었던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기 위해 커다란 결단을 내렸다. 파병 다녀와서 1년 육아휴직으로 집에 있었다. 지난 1년여간 홀로 독박육아를 하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던 나에게 전적인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선물해 주고 아이와의 단단한 애착 관계를 다시 쌓아 올리기 위함이었다. 남편은 1년 동안 살림과 육아의 전면에 나서서 아이의 등하원부터 식사, 목욕까지 모든 것을 전담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만의 시간과 건강을 차츰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 아빠와 딸 사이도 그 어떤 부녀보다 깊고 친밀해졌다.

 

그 고통스럽고 캄캄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아이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몇 년 지난 지금은 아주 쾌적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 제 할 일을 척척 해내는 나이가 되었고 남편과 나 역시 육아의 거친 파도를 함께 넘어서며 한층 더 단단해진 동반자로서 평온하고 안정된 일상을 누리고 있다. 아침마다 스스로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종이컵에 침을 뱉어내며 버티던 그 까마득한 입덧의 순간들부터 남편의 파병으로 눈물짓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고생많았고 잘 버텼고 기특하다 내자신. 그때의 헌신과 눈물이 단단한 토양이 되어 지금 우리 가족에게 이토록 다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선물해 주었다고 믿는다. 남편과 아이가 웃고 있는 지금의 행복한 풍경을 마음껏 누리며 앞으로 펼쳐질 나날들도 따뜻하게 가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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