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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입덧이 이런 거였어? 드라마랑 달랐던 입덧 후기

by 하윤엄니 2026. 8. 9.

침도 삼키지 못해 컵에 뱉으며 생활했다. 임신하고 나서 입안에 끊임없이 고이는 침조차 제대로 삼킬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작은 종이컵을 들고 다니며 침을 뱉어내야만 했다. 세상이 온통 나를 괴롭히는 거대한 냄새의 밭으로 변해버렸고 일상의 아주 평범했던 순간들조차 견디기 힘든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으로 바뀌어 버렸다. 생명을 품는다는 설렘과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이 지독한 입덧과의 외롭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찾아온 입덧의 공포는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나라는 존재가 점점 깎여 나가는 듯한 깊은 무력감 속에 빠지게 만들었다.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조차 커다란 도전이었다.

 

입덧 증상, 침도 못 삼키고 냄새에 구역질

입덧과 구역질로 인해 괴로워하며 입을 가리고 있는 임산부 모습
침조차 삼키키 힘들고 냄새에 시달렸던 지독한 입덧의 순간들

침도 삼키지 못해 컵에 뱉으며 생활하는 일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하고 힘들었다. 입안에 침이 조금만 고여도 울컥하며 속이 뒤집혔고 꿀깍 침을 삼키는 순간 곧바로 뱃속에서 강한 거부 반응이 일어나 위액과 진물까지 쏟아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집 안 곳곳은 물론이고 잠시 집 앞을 나가는 외출할 때조차 손에서 종이컵과 휴지를 절대로 놓을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종이컵에 침을 뱉어내며 '대체 이 괴롭고 끔찍한 입덧은 언제쯤 끝나는 걸까' 하는 절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혼자 방구석에서 눈물지었다. 침을 매번 뱉어내다 보니 나중에는 몸속 수분이 싹 말라버려 잇몸과 입술마저 바짝 말라 터져 나가 피가 나기도 했다.

 

냄새에 대한 신체적 자극은 더욱 혹독하고 잔인했다.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고 즐겨 쓰던 향수나 빨래할 때 쓰던 섬유유연제 냄새에 구역질이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은은하게 퍼지던 섬유유연제 향기는 순식간에 코를 찌르는 지독한 화학 물질이나 독극물 냄새처럼 느껴졌고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세한 향수 냄새에도 속이 거북해져 옷소매로 코와 입을 꼭 막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심지어 냉장고 문을 열 때 흘러나오는 미세한 반찬 냄새나 갓 지은 밥에서 나는 숭늉 냄새조차 속을 사정없이 뒤집어놓았다. 결국 집 안의 모든 향기 나는 제품을 쓰레기통에 치워버리고 베란다 창문을 내내 연채 숨을 죽이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입덧 기간, 5주부터 출산까지

임신 5주부터 출산하는 그날까지 입덧은 단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출산하고서야 비로소 나아졌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입덧은 임신 초기에만 잠깐 겪고 지나가는 당연하고 가벼운 절차인 줄로만 알았다. 주위에서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했기에 임신 12주나 16주가 되면 거짓말처럼 입덧이 싹 사라지고 '입덧 졸업'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텼다. 하지만 그 기대는 수없이 헛되이 무너졌다. 입덧의 양상과 기간은 정말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고 나는 하필이면 아이를 낳는 마지막 분만실 순간까지 지독한 입덧과 구토를 안고 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케이스였다. 매일같이 방 한구석에 수거되는 젖은 종이컵 산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남들이 입덧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해 준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들도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비 같은 담백한 크래커나 미음, 누룽지 끓인 물 같은 것들을 억지로 입에 넣어보았지만 입덧 자체를 가라앉히는 효과는 전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이런 심심한 음식들은 나중에 속이 뒤집혀 전부 위로 토해낼 때 그나마 목 구멍이 덜 아프고 자극이 적었다는 사실뿐이었다. 토할 때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역설적으로 자극 없는 무맛의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하는 나날들은 정말이지 지치고 가슴 아픈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작은 기적이었다.

 

임신 중 5kg 빠지고 출산 후 10kg 쪘다

임신을 하면 배가 불러오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지속되는 고열량 섭취 불능과 끊임없는 토하기 때문에 오히려 임신 후 5kg이 빠져버렸다. 열달 내내 제대로 된 식사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내 몸속에 남아있던 최소한의 영양분만 겨우 빠져나갔고 출산 직전 재본 체중은 오직 아기 몸무게와 양수 무게만큼만 겨우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산부인과 정기 진료를 갈 때마다 아기가 혹시라도 못 자라고 있는지 늘 불안함에 떨었고 앙상하게 마르는 내 팔다리와 까칠해진 피부를 보며 마음 고생이 심했다. 수액과 영양제 주사 맞기에 의지하며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내곤 했다.

 

무엇보다 배고픈데 못 먹는 게 제일 억울하고 서러웠다. 머릿속으로는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들이 간절하게 떠오르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기운이 없는데 막상 음식을 눈앞에 두고 입에 넣으면 냄새와 맛 때문에 거부감이 밀려와 씹지도 못하고 뱉어내야 했다.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무언가 영양가를 먹어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중압감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신체적 한계 사이에서 느꼈던 서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TV 먹방 프로그램이나 SNS의 맛있는 음식 사진만 봐도 부러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돌곤 했다. 남들 다 하는 맛있는 음식 태교나 맛집 탐방은 나에게 너무나도 먼 꿈만 같았다.

 

하지만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고 나자 거짓말처럼 지독했던 입덧이 씻은 듯이 사라졌고 그동안 못 먹었던 한을 풀듯 모든 음식을 입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출산 후에는 먹는 모든 음식이 몸에 쫙쫙 그대로 흡수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안에 들어오는 음식마다 감격스러울 정도로 달고 맛있었고 속 뒤집힘이나 구역질 없이 음식을 꿀꺽 넘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처럼 다가왔다. 임신 중 5kg 빠지고 출산 후 3개월 만에 10kg 쪘다.

 

열달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몸이 보상 심리로 모든 영양분을 미친 듯이 끌어당긴 탓인지 순식간에 체중이 불어났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거울 속에 비친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조금 두툼해지고 예전 모습과 달라졌을지 몰라도 그 지독하고 처절했던 입덧의 긴 터널을 무사히 버텨내고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위대한 과정을 견뎌낸 모든 어머니들의 희생과 고통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값진 훈장이다. 이 모든 험난한 시간을 거쳐 건강하게 내 품에 와준 아이에게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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